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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나는 왜 그렇게 열정적이던 동아리를 그만뒀을까??-21.06.02

저번에 동아리 친구가 나를 도와준 일이 있어서

밥을 사주기로 했다

자기 집 주변에는 맛있는 게 없다고

우리 집 근처로 와줬는데

솔직히 시간도 그렇게 많지 않아서

여기까지 와준 친구에게 말은 안 했지만 고마웠다

 

각설하고,

그 친구는 동아리에서 만난 다른 과 친구였다

1학년 때 만났나?? 2학년 때 만났나??

째뜬 그 친구랑은 군대 가기 전에는

엄청 친한 친구는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 친구가 이 글을 보면 의견이 다를 수도 있겠지만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을 하고 나서

굉장히 편해졌다

어떤 계기로 그랬는지는 사실 기억이 잘 안나다

 

그러다 보니 여러 얘기를 했고

많은 고민거리를 공유했다

 

그래서 그 친구를 만나면

동아리에서 있었던 일이나

공연 연습했던 때를 추억한다

 

글을 보면 대충 알겠지만

나는 밴드 동아리에서 드럼을 쳤고

신입생들을 가르치는 역할을 했다

그리고 다른 동아리도 있었는데

봉사 동아리도 병행했다

 

심지어 회장이었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봉사 동아리는 꼭 다니고 싶었다

같은 과인 선배들이 많이 다녀서 가입하게 됐는데

사실 가입하고 나갈까 했다

나랑 어색한 같은 과 친구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 당시 나는 그냥 봉사활동을 위해 들어갔던 것이라

우리 과에 친한 친구들을 꼬셔서 같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후 그 친구들은 다 나가고

나는 다른 과 친구들과 친하게 지냈다

정말 좋은 친구들이었고

지금 생각해봐도 착한 친구들이 많았다

그 친구들 덕분에 다른 과의 사람들도 많이 알게 됐고

사람들과 대화하는 기술이 많이 늘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그때 그 친구들이 아니었으면 느끼지 못했던 내 모습들도 분명 있었다

 

동기끼리만 갔던 동기 MT,

인원은 적게 갔지만 정말 재밌었던 첫여름 MT,

충격을 받기도 하고 안타까운 모습도 많이 봤고

하지만 그 때문에 자주 갔었던 봉사활동,

동아리 내에서 했던 회장 활동,

술 많이 마셨던 창립제,

파인애플 팔던 축제,

같이 많이 놀았던 선배들과 동기 후배들,

내 소중한 인연들,

...

 

잊지 못할 추억이 많았고

진짜 진심으로 그 동아리를 좋아했다

그런데 나는 그 동아리를 복학하고 한 학기만 탈퇴했다

 

왜 그랬을까??

지금도 솔직히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는다

무슨 회의감이었지??

동기들이 여자애들이 많아서

대부분 졸업을 해서 그런 것도 있고,

선배와 트러블이 생긴 친한 동기가 나간 것도 있었고,

그 동아리에서 나의 역할이 없어진 느낌도 컸다

물론 그때 같이 지낸 친구들과는 아직 잘 지낸다

근데 동아리 방에 있으면 뭔가 외롭다고 해야 하나??

채워지지 않는 느낌이 있었다

 

나는 회장을 했던 시절 많이 힘들어했다

고학번 선배들의 압박으로 동기들이 나가기도 했고

참여율이 적어서 일을 몇 안 되는 인원들끼리 일을 처리했을 때도 있고

시험기간에 MT 준비를 해야 하는 것도 있고

후배들과 조금이라도 접점이 생기고 편한 사이가 되도록

공강 시간에도 거의 동아리 방에 상주하다시피 있었다

그리고 통학도 하느라 굉장히 체력적으로 힘도 들고

심적으로 부담감도 컸다

 

항상 생각하지만

그때 동기들이 없었다면

정말 나는 힘들었을 것이다

같이 의견을 나눠주고

조금씩이지만 일을 도와줬던 동기들

 

그리고 후배들도 좋았다 

처음에는 참여를 잘 안 하나 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동방도 애들이 많이 오고

참여율도 많이 좋아지고 장난도 많이 쳤다

여름 MT 때 버스를 대절해서 가야 할 정도로 사람이 많이 가기도 했다

 

내가 그 동아리가 힘들었지만 남아있던 이유는

사람들이었다

함께한 사람들 덕분에 버틸 수 있었는데 

그 사람들이 없어져서

그 괴리감을 버티지 못한 것 같다

물론 밴드 동아리의 일 많아져서 그런 것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그토록 좋아하고 사랑했던 동아리를 나온 이유는

'괴리감'이었던 것 같다

 

회장을 했던 16년도...

회장들의 가장 큰 고비는 창립제였다

90년대 학번 선배들도 모시고 행사를 진행해야 했다

역대 다른 회장들도 그랬듯이 그때 했던 창립제 때 나는 술에 엄청 취했다고 한다

그리고 90년도 00년대 초중반 학번의 선배들이 집으로 돌아가시고

고학번의 친한 형들에게 울면서 말했다고 한다

 

"나 진짜 잘하려고 했는데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그때 선배들이 의문이 들었다고 했다

신입생들도 참여 잘하고 동기들도 같이 잘하고 있는 거보면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뭐가 그렇게 서러워서 그러냐고

 

술 깨고 그 소리를 들으니 조금 감격하기도 했다

그때 나는 뭐가 그렇게 서러웠을까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었을까...??

동아리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생각해서...??

아마 가장 큰 압박감이었던 창립제가 끝나고

속으로 좀 털어내고 싶었다보다

 

그래도 동아리 상도 받고

회비도 많이 남겨줬고

다음 회장도 잘 뽑았으니

결과론적으론 잘 됐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그런 시절은 지나갔다

정말 순수하게 열정적이었던

나의 모습이 좀 어설퍼 보였어도

꽉 찼던 내 학교 생활과 그때 내 모습이 가끔 그립다

 

이 새벽까지 갬성에 젖어서 일기를 쓰다니...

내 봉사 동아리 친구들이

이 글을 읽을 수도 있으려나??

만약 읽는다면 연락줬으면 좋겠다

아마 너네도 이 글을 읽었으면 누구인지 알겠지??

혹시 모르니 힌트를 주자면 내 이름은 좀 특이하지

사랑한다 동기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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